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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다시 찾아올지도 모를 겨울이기에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2-27

다시 찾아올지도 모를 겨울이기에

 

 

한혜림

2022 경남영화아카데미 수료(시나리오)

창밖은 겨울 관객. 영상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시각적인 언어를 주로 다루지만 그 과정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버스터미널 유실물 보관소에 잠든 물건들 뒤로 잃어버린 이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이른 아침 아이고 대라라는 어르신들의 앓는 소리로 열리는 버스의 말 없는 기사 공석우다. 유실물 보관소의 담당자 영애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녔을 여느 물건들처럼 찾아오는 이는 없을 것이라 말하지만 석우는 꼭 주인이 찾아올 것이라 확신하는 듯하다. 버렸을 리가 없다는 듯이. 영화 <창밖은 겨울>은 석우가 주운 mp3의 주인을 기다리며 그렇게 또 한 번 진해 로터리를 돈다.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 시간이 궁금한 석우이지만 고장 난 오래된 것을 고치기는 쉽지 않다. 지나가 버린 것의 시간은 뒤늦게 쫓기엔 너무 빠르게 흘러가 있곤 한다. 돌고 돌고 돌고, 또 돌아도 mp3를 고쳐줄 수리점은 쉬이 나타나지 않고 애타는 두 사람의 마음과 달리 아기자기한 진해의 골목은 끝도 없이 자꾸만 이어진다. 오래된 이들을 간직한 도시의 아름다움을 아는 영화는 부지런히 두 사람의 낮은 길을 쫓는다. 잃어버린 것들에게 나중을 기약할 자리를 마련해 줄 것만 같은, 석우와 이상진 감독의 고향 진해가 새삼스레 영화같이 펼쳐진다.

 

실수로 잃어버린 건지 버리기 힘든 두려움에 잃어버린 건진 알 수 없으나 영애와 석우도 잃어버렸던 지난 것들과 마주한다. 잃어버린 것들은 그렇게 문득 찾아올 때가 있다. 우편봉투에 담겨 올 때도 있지만 어느 날 책장에서 툭 떨어지기도 하고, 선배의 말속에서, 수화기 너머에서, 탁구대 너머에서 오거나 때로는 터미널 의자 위에 놓인 채 말도 없이 찾아올 때가 있다.

'찾으러 올 수도 있죠. 잃어버린 거니까.'

 

버려진 것이라고 단언하던 영애는 어느새 찾아올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물건들을 집으로 가져가 이름을 적어 붙인다. 감독의 전작인 다정함의 세계의 기림만큼, 경화 속 경화만큼의 다정함이 영애의 손끝에서 잃어버린 것들에 닿는다.

 

한 때는 찾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팠을 무언가. 그러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찾아오는 것처럼 흘러간 계절은 예기치 못한 순간 찾아온 유실된 것들과의 만남을 덤덤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난 아픔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영애와 석우에게도 쌓인다. 석우의 것을 잃어버렸던 수연에게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민했을 오랜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의 정도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저마다의 겨울을 맞이한다. 영화를 만들었을 석우가 일곱 시 교통방송을 들으며 맞이했던 해의 겨울이 있었다. 담장 너머로 탁구채를 버렸던 영애의 겨울도 있었다. 몇 번의 겨울이 가고 나면 왔다, 갔다 혼자 움직이던 추를 멈추고 탁구대 너머의 서로에게 공을 넘기는 겨울이 온다. 정해진 노선을 벗어난 버스가 철도길을 가로지르는 겨울이 오기도 한다. 잃어버린 지난 것들을 마주한 이들을 태운 버스의 창밖에 어느덧 또 한 번의 겨울이 왔다. 창밖은 겨울, 서로가 건네는 온기와 마음이 유독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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