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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포커스] 정지혜 감독, 변화를 가지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8-10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영화 <정순>을 연출한, 또 영화를 만들고 있는 정지혜라고 합니다.

Q. 얼마 전, 경남영상자료관 경남영화인DB에 감독님 프로필이 등록되었죠. 확인해 보셨나요?

등록되었다는 문자 받고, 바로 확인하러 경남영상자료관에 들어갔어요. 경남영화인부터 배우까지 많은 분이 등록되어 있어서 놀랐어요. <정순> 이후에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제가 많이 했던 말이 지역의 영화인이나 배우들을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것이었거든요. 저희 영화에 출연하신 박진수 배우님도 경남배우 DB에 등록되어 있더라고요. 제가 <정순>을 준비할 때 경남영상자료관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이렇게라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에요.



Q. 언급해 주신 영화 <정순>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이 시나리오를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대학교 때 휴학하고, 1년 가까이 식품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제 영화 속 인물 정순과 같은 나이대의 이모님들과 함께 일을 했었고, 하루에 12시간 동안 일을 하다 보니, 이모님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주인공 정순과 딸 유진의 관계도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저도 젊은 세대이다 보니 중년여성과는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그런 지점들이 흥미롭게 다가와 이야기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Q. <정순>에서 크게 다뤄지고 있는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입니다. 디지털 성범죄라는 문제는 어떻게 해서 다루게 되었나요?

제가 대학교에 다니던 시기에 학교 선배님께서 장편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 장편의 소재가 데이트 폭력이나, 디지털 성범죄였고, 작품에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그 문제를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하게 되었어요. 저는 디지털 성범죄라고 해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만 생각했는데, 중년남성이 가해자인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 이게 비단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세대에게 중요한 문제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 <정순> 촬영현장(정지혜 감독) 

Q.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정순>이 한국경쟁작으로 선정되고, 대상을 받으셨습니다. 늦었지만 정말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웃음). 제작비도 정말 적다 보니 회차도 짧았고,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 모두 고생하셨어요. 이 이야기에 다들 공감해 주셔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제 결심을 도와주셨죠. 영화가 결과로써 어떻게든 보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대상에서 저희 팀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다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울기도 했어요. 그땐 정말 예상을 못 했고, 고생한 만큼의 보답을 받은 것 같아서 너무 기뻤어요.

Q. <정순>이외에도, 단편 <버티고>와 <면도>, <매혈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드셨어요. 이 네 작품 모두 서로 다른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하신 것 같았어요.  

네 작품 다 어떻게 보면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버티고>는 특히나 제가 느꼈던 공장이라는 공간 안에서의 부조리했던 그 감정을 선명하게 담아냈던 작품이에요.<면도> 같은 경우는 영화제에 출품할 시기에 미투운동이 일어났고요. 그때의 경험이 특별했던 게 제 개인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느꼈다는 거예요.더 멀리 보면 그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고, 바뀌려고 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때 영화제에서 만난 여성 감독님들 서로 그러한 변화들에 공감했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에요.

Q. 지역에서 영화사‘시네마루’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영화감독이자 영화제작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제작자로서의 능력은 감독에 비해 없는 것 같아요(웃음). 제대로 공부하던 분야가 아니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제작사가 많지 않다 보니 제작과 연출을 겸하시는 분들도 많고, 저도 그런 방식으로 ‘시네마루’ 제작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정순>을 만들 때 두 가지 역할을 하는 게 힘들었어요. 이를테면 제작사 대표로서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다 찍어내서 재정적인 손실을 줄이는 게 좋지만, 감독으로서는 찍다 보니 계속해서 장면 하나하나에 욕심이 나는 거죠. 두 가지 역할을 함께 해내기엔 아직 제가 감독으로서의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도 제작에 참여하겠지만, <정순> 때보다는 조금 더 분리된 상태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Q. 지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어떤 건 지, 그 과정에서 좋았던 거나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사실 지역에서 영화를 계속해서 만드는 이유는 부산 경남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이기도 해요. 제게 익숙한 풍경이나 상황은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두고 있어요. 그 부분이 시나리오를 쓸 때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역에서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고 싶어요. 수도권에 많은 인프라나 인력, 제작, 투자사 등이 몰려있다 보니까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때도 있기는 해요.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면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부족한 면을 수도권에서 가져와야만 할 때 드는 비용이 부담이 되죠. 지금 당장 이 상황이 바뀐다는 건 욕심인 것 같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변화를 가지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한 번에 많은 변화를 이뤄내기엔 사실 어렵잖아요. 지역을 떠나신 분들도 많지만, 남아있는 분들도 많아요. 제가 원하는 인력 구성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더더욱 지방에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지역에서 제작사를 만들고, 영화를 만들면 제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까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준비하고 계시는 작품이 있나요?  

<정순>이 올해 겨울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일단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차기작은 <정순>과는 달리 조금 가벼운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중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블랙코미디 장르를 다루고 싶은데, 코미디는 조금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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